디자이너 vs. 디자인 할 줄 아는 사람

세상에는 디자인 학교들도 많고 또 디자이너들이 참 많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아름답지 않은 것은 물론, 제대로 설명이 되지않는 디자인들이 널려 있다. 왜 그럴까. 아름다움에 대한 것은 주관적인 영역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왜 그렇게 많은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물건들이 때로 말도 되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할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모든 디자이너가 다 디자이너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다고 다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를 디자이너로 만드는 것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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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생각해 보기 위해 다른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피아니스트가 아니며 또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한데 어느 날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싶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피아니스트’나 ‘라라랜드’같은 영화를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바로 피아노 수업을 신청하고 기본적인 건반 기법을 익히고 또 연주하면서 조만간 한 두 곡을 연주하게 될 수도 있고, 심지어 몇몇 사람들 앞에서 연주 할 수 있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나는 피아니스트인가? 아닐거다. 더 오래 연습을 해서 더 많은 곡들을 더 잘치게 된다고 해도 그것으로 피아니스트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피아노를 기계적으로 잘 치게되면 피아노 연주자가 될 지는 몰라도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도 생각한다. 그렇다면 피아니스트와 피아노 연주자의 차이는 뭘까.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의사가 아니지만 어떤 병엔 어떤 약을 먹으면 된다는 정도는 조금 알고 있다. 좀 더 공부를 하면 친구들이 아플 때 도울 수 있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 의사나 간호사가 될 수 없다. 하긴 의과대학을 다닌 모든 사람이 다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들 가운데에도 의사와 ‘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거다.

디자이너에게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디자인 실력이 있고, 소위 ‘디자인 씽킹’을 할 줄 안다고해서 다 디자이너가 되는건 아닐 거다. 디자인 교육의 커리큘럼은 대개 디자인 기술을 가르치고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여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들어 내고,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거나 물건을 잘 만드는 기술이 없는 사람도 컴퓨터 기술의 발달 덕분에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런 것으로 다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일 디자인 교육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디자이너가 된다면 어디에나 훨씬 더 좋은 디자인이 널려 있어야 하며 우리는 이미 훨씬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더 좋은 디자이너, 제대로 된 디자이너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제대로된 디자이너가 더 많아 지려면 디자이너와 ‘디자인 할 줄 아는 사람’에 대한 차이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최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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