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RO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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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시보레는 위와 같은 카피의 뜬금없는 전면 광고를 디트로이트 지역 신문에 올렸다. 자동차 회사의 광고임에도 자동차에 관한 사진도 하나 없고, 게다가 전체가 까만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의 이 광고는 사실은 그 전날 타계한 마이크 일리치 Mike Ilitch를 추모하는 광고다. DETROIT에서 Mr. Ilitch의 이니셜인 I을 빼고 적은 것은 그만큼 이 지역의 발전에 이 사람의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리치라는 사람은 Little Caesars Pizza라는, 역시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피자체인의 창업자이다. 디트로이트의 아이스하키 팀인 Red Wings, 디트로이트의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Tigers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마케도니아 이민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금형공으로 일했으며, 마이크 일리치는 대학을 다녔다는 기록이 없다. 해병에서 4년을 복무한 후 디트로이트 야구팀인 타이거즈, 양키즈등의 마이너 리그에서 2루수로 4년간 뛴 후, 무릎 부상으로 은퇴를 하고, 1959년 미시간의 소도시에서 부인과 피자가게를 연 후, 사업의 번창과 확대를 거쳐서 2016년 기준 7조 정도의 자산가로 성장한다.

일리치의 진가는 이러한 사업의 성장보다도 1985년 Little Caesars Love Kitchen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가난한 사람들, 또 재해지역의 사람들에게 무료음식을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리틀 시저스 재향군인 프로그램을 통한 퇴역 군인들의 사회 적응 지원, 일리치 아동 자선회를 통한 아동의 건강과 교육 지원 등,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몇 달전에는 작년에 착공한 새로운 아이스 하키 스타디움에 설치할 공공 예술품의 디자인과 제작을 위해 9억원을 내가 일하는 College for Creative Studies (CCS) 에 지원하는 등, 지역과 교육의 발전에도 끊임없는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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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itch Foundation and Olympia Development give CCS $800,000 for developing Detroit-inspired art for The District Detroit. January 2017

뿐만 아니라, 흑인 인권 운동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Rosa Parks (1955년 알라바마주 몽고메리에서 백인에게 부당하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운전기사에 불응함으로서 버스 보이콧 운동의 계기가 되고, 결국 미국 흑인의 인권 운동의 시발점이 된 인물) 의 노후에 10년 넘게  이름을 들어내지 않고 집세를 대주기도 하였다. 바로 이런 모습의 ‘진정한 시민’이라는 가치때문에 디트로이트의 모든 시민들이 그의 타계를 아쉬워 하고, 거의 시민장에 가까울 정도의 애도를 표현하는 것이다.

일리치는 평생 일군 재산을 사회에 되돌리는 수 많은 미국 부자들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열심히 벌어서 열심이 나눈다. 이러한 부자들의 모습은, 성경을 인용하자면, ‘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지, 복의 종착역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물이 흐르면 강이 되지만 물이 종착역에 모이기만 하면 죽은 물이 된다.

미국의 쇼핑몰의 황제라고 불린 알버트 타브만 Alfred Taubman은 CCS에도 1,600억원을 기부해서 GM이 기부한 GM Technical Center 건물을 리모델한 새 캠퍼스 (CCS Taubman Center for Design Education) 를 증축할 수 있도록 하고, 미시간 대학교에도 그의 이름을 딴 건축-도시계획 대학을 짓도록 하는 등, 교육에 엄청난 기부를 하였다. 91세의 나이로 타계하기 몇 주 전에도 CCS의 행사에 참석해서 진심어린 축하의 말을 하기도 하고 돈 뿐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진정성있는 존경받는 부자의 모습을 보였다.

내가 전에 학부장으로 일하던 신시내티 대학 디자인 학부에는 JC Penney의 회장이던 마이클 울만 2세 Michael Ullman Jr.이 10억원을 기부하였다. 신시내티 대학 상대를 졸업한 Ullman은 그 부인이 졸업한 같은 대학의 디자인 학부에 거액을 기부한 것이다. Ullman은 아프리카의 아동의 치료를 돕는 Mercy Ships 에도 엄청난 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기회 될 때마다 학교를 방문해서 학교의 발전하는 모습에 기뻐하고 또 만날 때마다 보여준 검소하고 겸손한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초대형 백화점 체인의 회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리치의 타계 소식을 보면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재벌들을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재벌에게는 찾아 볼수도 없지만, 미국의 재벌들에게는 있는 것들은 뭘까. 명예, 존경, 이런 것들이 아닐까. 바로 그런 차이때문에 한국의 재벌들은 사후, 아니, 죽기 전 부터도 지저분한 모습들을 보이는데 비해서 미국의 재벌은 수 많은 사람들이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는 것이 아닐까.

일리치의 타계를 알리는 Little Caesars 의 홈페이지에는 A Life Well Lived 라고 그의 일생을 한 마디로 적고 있다. 재벌들은 그렇다치고, 재벌이 될 가능성과는 거리가 아주 먼 나는 과연 무엇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게하는 하루다.

©최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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